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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미기후

공기정화식물,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능은 얼마나 될까?

by fact-plus-you 2025. 10. 18.

1. 공기정화식물 신화의 시작 — NASA 연구의 한계


‘공기정화식물’이라는 개념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89년,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수행한 “Clean Air Study”라는 실험 덕분이었다. 당시 연구진은 밀폐된 실험 챔버에 여러 종류의 식물을 배치하고, 일정 시간 동안 포름알데히드·벤젠·트리클로로에틸렌 같은 유해가스 농도의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스파티필름, 아레카야자, 산세베리아, 아이비 등 일부 식물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흡착하거나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식물만으로도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후 과학계에서는 이 연구의 실험 환경이 실제 생활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NASA의 실험은 1㎥ 남짓한 밀폐 공간에서 진행된 반면, 실제 가정의 거실은 그보다 100배 이상 넓고 공기 교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즉, 연구 결과는 ‘극도로 제한된 공간에서의 잠재적 가능성’이지, 일상적인 환경에서의 정화 효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2019년 미국 드렉셀대학교 환경공학팀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실내 공간에서 식물이 공기 중 오염물질을 50% 제거하려면 평균 10㎡당 600그루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다. 결국 NASA 연구는 “식물이 미세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그 자체로 공기정화의 주된 수단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2.  식물이 공기질에 영향을 주는 진짜 메커니즘

 

그렇다면 식물이 전혀 공기정화 기능이 없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그 작용의 방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해 물질을 흡수하는 필터’와는 전혀 다르다. 식물은 낮 동안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미세하게 공기 흐름이 발생하며, 주변의 대기 순환을 유도한다. 또한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방출하는 증산작용(transpiration) 덕분에 공간의 습도를 일정 수준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습도가 40~60% 수준으로 유지되면 공기 중의 미세먼지 입자가 응집해 바닥으로 떨어지기 쉽고, 호흡기 점막의 건조도 완화된다. 즉, 식물은 간접적으로 실내 공기의 ‘질감’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일부 식물의 뿌리 주변에는 미생물 군집이 형성되어, 특정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분해하는 미생물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산세베리아, 스파티필름, 드라세나 같은 식물들은 뿌리 부근의 미생물이 포름알데히드 분해 능력을 일부 갖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는 ‘물리적 흡착’이 아닌, 생리학적·미생물학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즉, 한두 그루의 식물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보다는, 다수의 식물이 일정 기간 습도 조절, 공기 순환, 기체 흡수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며 서서히 환경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시간의 정화가 아닌 ‘지속적인 미기후 완화 효과’로 이해해야 한다.

 

3.  식물별 공기정화 효율 비교 — 과학적 근거 있는 선택법


현재까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식물별 공기정화 효율 차이가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파티필름(평화의 백합)은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제거율이 비교적 높고, 아이비(헤데라 헬릭스)는 곰팡이성 오염물질과의 상호작용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반면 산세베리아(스투키)는 밤에도 일정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유지해, 침실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은 식물의 잎 면적, 토양 상태, 광량, 환기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식물의 뿌리 주변 토양이 건조하거나 통기성이 떨어지면, 미생물 활동이 줄어들어 휘발성물질 분해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또 실내조명이 약하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져, 산소 방출량도 줄어든다. 즉, 식물의 ‘생리적 건강 상태’가 곧 공기정화 능력의 핵심 조건이다.

한편 2020년 한국환경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동일 조건에서 12시간 노출 후 포름알데히드 제거율은 스파티필름이 16%, 드라세나가 9%, 산세베리아가 5% 수준이었다. 이는 공기청정기의 HEPA필터 효율(99.9%)과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장시간 누적 효과를 고려하면 의미가 있다. 하루 24시간 작동하는 공기청정기가 ‘단기적 정화’를 담당한다면, 식물은 ‘장기적 미세환경 조절’이라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최적 조합은 공기청정기 + 식물 + 환기 시스템의 삼박자 구조다. 식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식물이 없을 때보다 상대습도와 공기 순환의 질이 훨씬 안정적이다.

 

4. 과학이 권장하는 ‘공기정화식물 활용법’

 

공기정화식물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단순히 많이 두는 것보다 식물의 상태 관리와 배치가 훨씬 중요하다. 첫째, 식물을 통풍이 가능한 곳에 두어야 한다. 공기가 정체된 코너보다는, 환기구 인근이나 바람의 흐름이 있는 지점이 이상적이다. 이렇게 하면 식물 주위의 공기 교환이 원활해져, 기공 활동과 증산작용이 극대화된다.

둘째, 물주기와 조명 관리가 필수다. 과습한 토양은 뿌리 부패를 일으켜 미생물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이로 인해 VOC 분해 능력도 사라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건조하면 잎 기공이 닫혀, 산소 방출량이 감소한다. 하루 6시간 이상 간접광이 확보되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다. LED 플랜트를 이용해 인공조명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셋째, 식물의 잎을 주 1회 이상 미세하게 닦아주는 습관을 들이자. 잎 표면에 먼지가 쌓이면 기공이 막혀 증산작용이 줄어든다. 미온수에 적신 천으로 부드럽게 닦아내면 된다. 넷째, 계절별로 식물의 역할을 달리 배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여름철에는 수분 방출이 많은 식물(스파티필름, 아레카야자),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공기를 보완할 수 있는 식물(산세베리아, 고무나무)을 중심으로 구성하면 실내 미기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기정화식물은 ‘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가 아니다. 그러나 적절히 관리된 식물은 실내의 습도, 산소농도, 공기 흐름, 심리적 안정감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미세환경 조절자(microclimate moderator) 역할을 한다. 즉, 과학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사람과 환경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공기정화식물,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능은 얼마나 될까?